우리는 산으로 간다

이 시대의 청춘에게는 사회가 정한 궤도를 따를 것이 암묵적으로 요구된다. 모두 대학에 가야하고 고소득이 보장되는 안정적인 직업을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쉼과 휴식은 사치라 생각되고, 실패할 수 있는 기회는 주어지지 않으며, 꿈을 좇으려는 도전은 무의미한 것으로 여겨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산’으로 간다. ‘산’은 다양한 의미를 가진다. 자연스러움과 생명력을 내재한 이상적인 공간일 수도 있고, 사회로부터의 도피처가 될 수도 있으며, 모든 생물의 다양성이 보호되고 지속 가능한 삶이 유지되는 공간일 수도 있다. 따라서 ‘산으로 간다’는 전시 제목은, 모두에게 같은 길을 요구하는 사회를 향한 하나의 선언일 수도 있고, 이상을 좇겠다는 다짐일 수도 있으며, 사회가 정한 궤도를 벗어난 사람들을 향한 다른 이들의 비판을 의미하는 것일 수도 있다. 해석은 관객의 몫이다. 전시를 구성하는 8개의 작업들은 문학, 영상, 퍼포먼스 등을 포괄하는 장르 융합적인 작업들이다. 특히, 관람객들이 그려내는 고민들이 선과 색의 분포도로 보여지는 〈우리 그리고 너희〉작업은, 불특정 다수의 관객의 참여로써 완성되는 공동 작업이다. 전시의 부 주제 ‘우리 그리고 너희’라는 말처럼, 전시는 관객 한 사람 한 사람들의 이야기와 생각들에 의해 완성된다.



김혜리

누군가 잉여자본이 되는 오늘날의 자본주의 사회는 대학생에게 또한 마찬가지이다. 대학생이라는 지위는 더 이상 메리트를 지니지 못한다. 대학생에 대한 호칭은 ‘지성인’에서 ‘잉여’로 바뀌었다. 살아남기 위해 그들은 사회에서 팔릴 만한 상품이 되기 위해 무장한다. 상품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사람은 사회에서 아무런 가치도 없는 것으로 전락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시스템은 청춘을 자학하는 잉여로 만들었다. 자학하는 잉여들에게 언어란 없다. 청년들에게 언어는 소통의 수단이 아닌, 단절의 수단으로서 강요되었기 때문이다. 이번 작품은 잉여들의 ‘언어’를 만든다. 이를 통해 아무 의미가 없는 풍경에서 의미를 찾아보고자 한다.


박은수

하고 싶은 말이 많지만 전할 수 없는 말이 있다. 털어놓고 싶지만 친구에게 조차 드러낼 수 없는 치부도 있다. (묵은,은밀한,금지된) 말들이 쌓이는 이곳은 한 커뮤니티의 ‘독백’란이다. 익명이 보장되고 댓글은 금지되어 있다. 대신 타인의 공감 지수를 확인 할 수 있다. 그곳은 SNS를 통해 사회에 말을 건네며 살아가는 이십 대 초중반 청년들의 고민을 고스란히 들여다 볼 수 있는 공간이다. 돈, 사랑, 친구, 가족, 건강과 스스로에 대한 다짐 등, 수만 가지 비밀 이야기들이 있지만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하는 것은 사랑에 대한 독백이다. 온 신경을 곤두세우는 마음을 털어놓지 않고 못 배기는 순간이 올 때, 사람들은 작은 대나무 숲을 찾는다. 사랑하는 대상에게 전해졌어야 하는 말은 목적어를 잃은 채 독백 란을 서성인다. 서성이는 말은 마음에 통증을 호소한다. 쿡쿡 찌르고 아프게 하는 것이 안에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선인장처럼 뾰족한 가시를 가지고 있으며 하나의 형태가 아닌 갖가지 유기적인 형태로 존재한다. 비슷한 듯 다른 각자의 아픔들은 꽃을 피우기도 하고 말라비틀어지기도 한다.


박지혜

보통 그러하듯 오늘 걷는 길은 어제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나뭇가지가 늘어선 도로변은 시간의 흐름을 거스르는 듯 반복되는 일상의 장소이다. 하지만 어느 날 갑자기 그 장소가 색다르게 보일 때가 있다. 끝을 아는 길임에도 불구하고 무한히 반복되는 나뭇가지들이 이어져 평소와 다른 공간으로 안내 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동시에 삭막한 겨울 나무들로 가득 찼을 뿐이던 길이 어제와 달라진다. 그 느낌은 그림에 드러나는 분위기와 어느정도 유사한 것 같다. 그림은 나뭇가지의 반복되는 느낌을 맑고 투명하게 표현한다. 가벼운 느낌의 나뭇가지는 길의 몽환적인 느낌을 살려준다. 색감은 작가의 주관적인 감정을 기준으로 선택되었으며, 독특한 구도는 나뭇가지에 시선을 주목 시켜 지나가는 이들의 눈길을 자아낸다.

이여진

너는 커서 뭐가 되고 싶니?

대학은 어디 준비하니?

취업은 언제쯤 하니?

그래서 결혼은 언제 하려고?

틀에 박힌 질문들 로부터 파생되는 정답 아닌 정답들.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만들어진 정답들은 우리를 위한 충고로 돌아오기도 한다. 어쩌면 그러한 충고는 '나 그리고 우리'에 대해 가볍게 단정짓는 섣부른 조언일수도 있다.


장하연

콤마 인생

- j -

k 콤마 l 콤마 g 콤마 jj

k 콤마 l 콤마 g 콤마 jj

k가 말한다.

L이 말한다.

G도 말한다.

JJ남매도 말한다.

새로운 자유가 주어졌다!

무한으로 뻗어나간다!!

우리는 표류 인생!!!

k 콤마 l 콤마 g 콤마 jj

k 콤마 l 콤마 g 콤마 jj


전혜수

우리는 생각을 언제 어디서든 한다. 그것은 때로 빠르게 스쳐 지나가 금방 잊어버리게 되기도 하고, 강한 감정의 형태로 마음 속 깊은 곳으로 들이닥쳐 오래 머물러 있기도 한다. 떠올리기 싫은 기억이 생각날 때도, 계속해서 생각하고 싶은 행복한 기억이 생각 날 때도 있다. 그 순간들은 각각의 사람마다 다른 생각과 기억으로 드러나 그 사람의 독특한 느낌을 만들어낸다. 이 작업은 그렇게 만들어진 각자의 느낌이 표정과 눈빛으로 드러나려 할 때의 순간을 하나의 기억으로 담는다. 무엇을 떠올리고 어디를 바라보는지 그 생각의 시선을 따라가 보려 한다.


정윤정

붉은 커튼은 마치 연극 시작 직전, 무대를 가린 천 같다. 사람들은 붉은 커튼을 시야에 담으며, 매일 흔히 지나다니던 길을 걸어간다. 이 길을 지나 시작할 하루는 어제와 비슷하겠지만 우리는 미래를 예측할 수 없기에, 일상은 흔하면서도 두렵고 생경하게 느껴진다. 비슷하지만 선연히 다를 그 미래를 사람들은 두려워하지 않고 살아가야하기 때문에, 그 예측 불가능한 일상에 ‘진짜가 아닌 자신’을 주인공으로 세워 자신만의 연극을 올린다. 생경함에 대한 두려움에 갇힌 이면의 자신이 아닌 익숙하게 일상을 보내는 안정된 자신을 보여주기 위해서, 익숙함을 한 겹 쌓은 자신을 무대 위로 올려 흔한 연극을 만들어 낸다. 그 연극에서 우리는 어떠한 새로움도 찾을 수 없으며, 보다 진실된 무대도 찾을 수 없다. 끝내 ‘나’는 이 익숙함에 갇혀, 무대에 올라간 내가 나인지 그것을 세운 내가 나인지도 구분할 수 없다.


황은실

이 책상에 앉은 순간만은 삶을 발전적으로 살아야 한다는 강박도, 남들보다 늦었다는 죄책감도 없이 그냥 보내세요, 시간을. 일상에서의 당신과 우리의 시간은 쉼조차 ‘쓸모’ 있음을 끊임없이 증명해 보여야 하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