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N-BALL GAME

studio candid는 2015년 봄, 같은 층 실기실을 쓰던 이화여대 서양화과 동기 8명이 모여 만든 예술가 그룹이다. 작가, 프리랜서 동화작가, 디자이너, 혹은 정해지지 않은 미래를 꿈꾸는 사람들로 이루어져 있다. studio candid의 현재 상태는 끊임없이 튕겨지고 있는 핀볼과 같다. 김혜리, 박은수, 이여진, 장하연, 정윤정, 전혜수 그리고 황은실은 이번 PIN-BALL GAME 전에서 '끊임없이 튕겨지고 있는' 그들의 작업세계가 지금, 어디쯤에 와있는지를 보여주고자 한다.



황은실이 제시하는 회화 세계는 종이 위에 인쇄된 튤립 사진과 컴퓨터 화면 위에 떠 있는 튤립 사진을 보았을 때 ‘절대로 닿을 수 없는 곳’에 대한 사유를 하게 된 것, 종이로 인쇄되어 만질 수 있게 된 문서보다 cloud에 저장된 문서를 더욱 안전한 공간에 있다고 의식하는 것 등의 디지털 공간에 대한 개인적 경험에서 출발한다. 이러한 개인적 경험에서 작가에게 중요한 화두는 절대로 호환될 수 없는 두 세계에 대한 지각이다.

사이버 공간에 부유하는 텍스트나 이미지, 기호들을 난잡하게 가져와 ‘초점을 둘 곳 없는 이미지’를 만드는 것이 작가의 목표 지점이다. 김혜리는 이를 통해 사이버 공간 속 소통의 폭증으로 인한 감각의 상실에 대해서도 언급하고자 한다. 화면 속 서로 다른 시각 방식들의 공존은 사회의 복잡한 풍경과 비평적인 시선을 동시에 담아낸다.

현재의 시간과 공간은 우리의 시야 안에서 새롭게 재설정된다. 현실의 공간과 재설정한 개개인의 공간들에는 각각 다른 의미와 시간들이 부여된다. 정윤정은 이러한 정립들이 우리의 삶에서 ‘존재함’을 만들어내는 가장 중요한 과정이라 말한다.

사건, 사고가 발생하기 전에는 하나 둘씩 전조 현상이 포착된다. 이유를 알 수 없는 하얀 증기가 분출되는 집에서는 긴장감이 흐른다

개개인의 아름다운 것을 찾는 삶을 존중하는 이여진에게 갈등이란 단지 각자의 것을 추구하며 살아가는 개인이 공존할 때 부딪히는 폭발음 같은 것들이다. <갈등>연작은 가족이라는 집단에서 뿜어져 나오는 갈등을 다룬 작업이다. 끝없이 욕망을 추구하는 인간의 본성이 결국 가족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내용을 다룬 천승세 ‘만선’을 차용하였다.

장하연은 무의식적 행위를 통해서 나오게 된 드로잉 작업들을 통해, 살아가면서 겪는 수없이 많은 의식적 행위들로부터 온전히 자유로워질 수 있는 순간을 은유하고 있다.

CHFB_B&G는 ‘Gender Identity of Children's Fashion Brand’의 약자이다. 패션 브랜드가 생산해내는 젠더 이분법적인 아동복에 대한 리서치를 바탕으로 한 아카이브 작업이다.

Girls와 Boys로 각각 명확히 카테고리화된 옷들은 수많은 레이어들로 겹겹이 쌓여 각 젠더를 대표하는 하나의 이미지로 생성된다. 이러한 이미지들은 사회에서 당연히 전제되는 이분법적인 젠더 구분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