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봄 햇살에 꽃들이 환하게 피어납니다. 창문을 열었을 때 문득 눈에 들어오는 꽃들의 설렘, 그것이 공감이겠지요? 태양을 향해 다투어 피어나는 꽃망울들의 설렘에 나도 설레며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룹니다. 운동화를 신고 봄볕 속을 걷고 또 걷습니다. 저 봄볕은 어디서 올까요? 동쪽으로 동쪽으로 걸어가면, 남쪽으로 남쪽으로 걸어가면 태양마차를 모는 아폴론을 만날 수 있을까요? 그러면 나는 카산드라가 될까요? 시빌레가 될까요? 잠시 아폴론에 매혹된 죄로 고독한 운명을 살아야 했던 여인들이 실재보다도 더 실재인 것처럼 나를 자극합니다. 원래 시빌레는 아름다운 소녀였습니다. 그녀에게 매혹된 아폴론은 그녀가 자신의 사랑을 받아들일 경우 원하는 것을 주겠다고 제의합니다.

“나는 한 줌의 흙무더기를 움켜쥐며 이 흙 알갱이 수만큼의 생일을 갖고 싶다고 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