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
누가 나를 보고 한때는 사랑을 받았고, 심지어는 신까지 즐겁게 해준 적이 있는 여자라고 하겠습니까? 이제는 포에부스 아폴로 신께서도 나를 알아보지 못하시거나, 알아보시더라도 내게 애정을 기울이신 일이 있다는 것을 부인하실지도 모릅니다. 언젠가는 내 모습도 사라져 사람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게 되는 날이 올 것입니다. 그러나 나는, 모습은 사라질지언정 목소리만은 이 땅에 남겨야 하는 팔자를 타고났습니다. 그때가 되면 사람들은 목소리를 듣고 그게 내 목소리인 줄 알게 되겠지요.